일기 (스포 이씀) 미드 빅뱅이론 완결

 # 빅뱅 이론과 나를 처음 본 게 언제일까, 아마 대학 1학년 때였을까? 누가 추천해 준 기억은 없다. 어떻게든 제1화를 봤는데, 꽤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이과생+모범생 개그가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약간 nerd의 재능 있는 내 모습 같기도 했고 사실 1회를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지는 않다. 전화를 거의 그 다음에 무슨 대사가 나올지 알 정도로 돌려보다 보니까 시즌1 1회도 당연히 여러 번 봤고 그래서 1회를 처음 봤을 때가 언제인지 아니면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미드 시도해봤어. 빅뱅 이론, 셜록, 그레이 아나토미, 브레이킹던, 더 와이어, 프리즌 브레이크, 히어로즈, 로스트, 뉴스룸, 하우스 오브 카드, 왕좌의 게임, 웨스트 윙, 더 오피스, 모던 패밀리, 웨스트 월드, 밴드 오브 브라더스, 워킹 데드, 블랙 미러 등등… 생각해보니 꽤 많이 봤네.아무거나 한 편만 보고 무심코 보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꽤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중 정주행을 하고 끝까지 본 것은 웨스트월드, 뉴스룸, 웨스트윙, 빅뱅 이론밖에 없다. 웨스트월드는 1~2회 독일, 웨스트윙은 초반에 독일에 전체 1~2회 독일 셜록 뉴스룸과 빅뱅이론은 n회 독일을 치렀다. 빅뱅이론이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친숙했으며, 앞으로도 가장 많이 봐야 할 미국 같다.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보면서 웃고 싶을 때, 가장 편하게 있고 싶을 때 빅뱅이론을 봤다. 시험기간처럼 공부를 해야 할 때도 가끔 쉬어야 하는데 그럴 때도 밥을 먹으며 뭘 하면서도 항상 빅뱅 이론을 틀었다. 요즘은 유튜브 클립으로도 많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

빅뱅이론이 왜 미드인지는 잘 모르겠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매번 짧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그런 미드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정이 안 드는 캐릭터와 정이 안 드는 캐릭터가 나뉘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다들 정이 많이 든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때 스튜어트와 에이미와 버나뎃이 회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찍어가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스튜어트는 처음엔 그저 좀 축축한 정도였는데 점점 우울하고 불쌍한 캐릭터로. 버나뎃은 그저 좀 직설적인 캐릭터였지만 잘 놀아는 무섭고 까다로운 언니의 캐릭터였고, 에이미는 완전히 셸던과 같은 nerd였지만 페니, 버나뎃과 친해지면서 셸던과 친구 사이의 중재역을 맡는 캐릭터로 정착했다. 처음 설정을 그대로 밀어붙인 게 아니라 회가 갈수록 연기를 통해 각 캐릭터의 인간상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재미있었고 그래서 더 인간같고 생생해서 좋았다.

#빅뱅 이론의 스토리-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에이미를 만나기 전까지는 셸던의 성장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셸던이 에이미를 사귀면서 셸던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에이미의 역할은 정말 크다. 셸던은 사람과 조금 다르다. 친구의 감정표현을 모르고 겉과 속이 다른 표현(Sarcasm)을 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쉽지 않았지만 에이미를 비롯한 친구들이 셸던 옆에서 셸던과 많이 다투고 지지하면서 셸던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셸던의 이상 행동에도 친구들이 셸던 옆에 있는 이유는 셸던이 의도한 행동이 아니라 정말 셸던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셸던은 이기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친구들이 곁에 있어 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잘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셸던 자신도 노력하고 양보하며 타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할 순간은 내가 노력하고 양보하고 타협하지 않은 순간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해서든 그들이 나를 위해 노력해 주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이다. 셸던은 본인의 노력, 양보와 타협을 생각하기 때문에(셸던도 정말 노력한다), 고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친구들의 어려움을 모른다. 셸던 본인의 노벨상 시상식에서 친구들이 모두 셸던의 수상 연설을 듣지 않고 떠난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친구들은 결국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셸든도 눈치챈다. 노벨상 수상연설도 듣기 싫을 정도면 친구들이 정말, 정말 노력을 많이 했을 거라는 사실을, 본인이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내해야 할 존재였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요. 결국 노벨상 시상식에서 셸던은 자신의 역사를 담은 긴 연설 대신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다. 에미와 덕분에 셸던은 다시 성장했고, 에미와 친구들은 다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12번째 시즌 288화에서 셸던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지켜본 사람으로서는 정말로 울지 않을 수 없었다.(이 녀석의 과몰입 증후군!!!) 노벨상은 모든 과학도의 꿈이기도 하지만, 이 미국에서는 펠든의 가장 큰 꿈이자 그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상이었다. 그런 셸던이 노벨상을 받게 돼 매우 기뻤고 에이미가 노벨상에서 여성들을 격려해 준 메시지도 아주 좋았다. 셸던의 친구들은 페니만 빼고 모두 과학도들로 질투할 만도 한데 축하를 받으니 좋았다.

또 라지가 절박한 마음에 일찍 결혼을 결정해 친구들과 떨어지려는 선택을 하지 않아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함께 있고 싶어하는 라지지만, 거기에 사로잡혀 뒤늦게 후회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원치 않았다. 시즌12에서 갑자기 라지의 연애를 진행해서 ‘이런 식으로 결혼시키나?’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그렇게 되지는 않았어. 배우가 스케줄이 많아 시즌13을 완성할 수는 없겠지만 속으로는 라지가 시즌13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

페니가 임신한 것은 또 하나 안타까운 일이다. 페니는 임신을 원치 않았고, 페니의 남편인 레너드에게도 아이를 갖기를 원했다. 하지만 결국 레너드는 페니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렇게 잘 사는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시즌 12 마지막화에서 페니가 임신했다. 결국 페니도 그 사실에 행복한 설정이었지만, 나는 페니가 자식이 없어도 레너드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빅뱅이론이 보여주길 원했다. 모던 패밀리처럼 다양성이란 메시지가 강한 미드가 아니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아쉬움이 남은 해다. 그래도 다행인건 페니도 행복해 했다는거!

“페니와 라지”의 섹스 드립, 사회적 기준에서 보는 이성으로 좋아하는 특성을 갖지 못 했던 남자 주인들의 “여자와의 잠자리”에 대한 환상 등 시즌 초부터 지킨 컨셉 때문에 그녀가 페미니즘을 어떻게 하는지 신경이 쓰였지만, 에이미를 통해서 조금씩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소 직접적으로 그 주제를 다룬 것은 여성 과학자 30명인가(?)에 버너 데트가 선정된 에피소드 하나밖에 없었다고 기억하고 있지만 다른 에피소드 도중 에이미의 대사를 통해서 조금씩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 노벨상 연설문에서 다시 한 번 여성 이야기를 해 주어서 기뻤다.(요즘 상업문화에 페미니즘이 어떻게 녹아드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언제나 그래.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무언가를 보낼 때는 마음이 너무 이상해. (셜록은 조금 예외다. 이것이 완결됐다고 해야 할지 말지 애매했고 웨스트윙과 뉴스룸을 볼 때도 그랬고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볼 때도 그랬다. 여운이 많이 남아서, 그 마지막 이야기가 끝날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음의 상태가 되고, 이렇게 문장으로라도 해 주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몽롱하고 너무나 아쉬운 상태가 된다. 아쉬움+감동적인 내용이 몇 편 섞여 빅뱅 이론 시즌 12의 2224화를 보면서 계속 울었던 것 같다. 22회에서는 레너드와 레너드의 엄마 사이가 결국 잘 풀려(매우 급했지만), 2324회(이어지는 파이다)에서 셰일든이 성장하는 모습과 친구들과 셰일든이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이 보여 펑펑 울었다. 빅뱅이론을 보면서 이렇게 울 바에야 과몰입대회를 나가도 예선을 통과할 것 같다고 ㅎㅎ

# 나가면서 여러 번 빅뱅의 이론을 보면서 매우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계속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요로롬 재미있는 미드를 만들어준 제작진과 배우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아디오스!